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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헌법은 권한 아닌 ‘제한의 문서’

“미국은 왕정국가가 아니다.”   지난 12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법원 찰스 브라이어 판사가 주방위군 및 해병대 가주 투입 중단 여부를 심리하며 한 말이다. 브라이어 판사는 심리 판결에 앞서, 미국은 절차적 시스템인 민주주의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날 브라이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방위군 동원 절차를 위반했다며, 주방위군 지휘권을 개빈 뉴섬 주지사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 17일부터 제9 연방항소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심리한다. 항소법원은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하급심 명령 효력 정지도 받아들였다.   지난 6일부터 LA 등 남가주 전역에서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 검거작전 후폭풍은 거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를 앞세워 가주를 압박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와 LA 등 남가주 30개 도시 시장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은 가주를 떠나라”고 공개 입장을 밝혔다.   결국 연방법원이 이번 사태 향방을 결정하게 됐다. 연방법원 첫 판결은 큰 주목도 받았다. 특히 브라이어 판사는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는 사안이더라도 그 권한은 제한된다. 이것이 대통령과 조지 왕(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 전제군주)의 차이”라며 “우리는 (영국) 군주제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체제 안에 살고 있다. 절차적 시스템을 세우고 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령(Title 10 of the U.S. Code)에 따라 주방위군을 독자적으로 동원했지만, 해당 명령이 주지사를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는 대통령의 군 병력 배치 결정을 검토할 권한이 없다고 하자 “그게 군주(monarch)의 행위와 뭐가 다른가. 헌법은 권한이 아닌 ‘제한의 문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남가주 불법체류자 대규모 검거작전과 반발시위 사태는 미국의 건국정신과 헌법의 가치를 짚어보는 장으로 넘어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시민의 자유와 침해, 주방위군과 해병대 국내 투입에 필요한 법적 조건,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간 권한 분립 원칙 등 ‘교육의 장’이 된 셈이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방위군을 독자적으로 동원하고 해병대대까지 이동 배치(현장 투입은 못 하고 있다)했지만, 실행 권한은 법의 제한을 받는다. 국방부와 국무부가 ‘공무원과 건물 등 연방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고만 강조하는 이유도 법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을 발동해야 군 병력이 시위대를 직접 진압하고 일시 연행할 수 있다.     물론 반란법 발동 시 위헌 여부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도 벗어나기 어려운 ‘경로 의존성’에 빠졌다. LA와 가주 정부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내세우며 뭉치고 있다. 가주민은 캐런 배스 LA시장과 뉴섬 주지사의 말처럼 상처받았고, 일부는 두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다.   LA카운티는 전체 인구의 약 30%가 이민자다. 10%는 불법체류자 가정으로 추산된다. 지역사회의 노동, 경제, 교육, 문화 여러 분야가 이민자 중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지역사회 여론을 존중하지 않고,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해 권한만 밀어붙인 모습이 아쉽다. 사법부가 교육의 장을 제대로 활용할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헌법 권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 주방위군 지휘권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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